우수(雨水)의 ‘등뒤’를 스치는 봄비. 왠지 우수(憂愁)에 젖는 듯. 이때쯤, 찬바람이 그리운 기러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고르고, 얼음 풀린 강가에선 수달이 낚은 물고기를 널어놓는다. 흐리고 또다시 봄비가 다녀갈 듯. 아침 2∼5도, 낮 5∼10도. 어제보다 좀 춥겠다. 눈사람이 녹은 자리에 ‘고개 숙인’ 꽃이 피어났다. 온몸에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은 솜털을 뒤집어쓴 채. 바람이 꽃에게 물었다. “할매, 다른 꽃들은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매는 왜 고개를 숙이고 있소?” 꽃이 대답했다. “내가 땅 속에 있을 때 ‘그’를 기억한다오. 망자(亡者)도 봄이면 꽃들을 보고싶어 할 텐데 꽃들은 다 망자를 외면하고 있으니….”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