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사정이 매우 나빠 밤에 초대소에서 책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전압이 낮아 전구의 필라멘트만 간신히 밝히는 정도였습니다.” 대북 경수로사업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설계에 앞서 해양조사 선발대로 6일부터 17일까지 북한 신포를 다녀온 한국해양연구소 석봉출(石奉出·48)해양지질부장. 석부장은 “신포에 들어서는 순간 30∼4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이 경제 개발을 시작하기 이전 상황과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해방후 처음 실시되는 북한지역 해양조사에는 17명이 참여한다. 5백46t 이어도호를 타고 연말까지 4차례에 걸쳐 조사를 벌인다. 조사단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와 해양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생태계 수질 물리 공학 지질 등 5개 분야에 걸쳐 신포 해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선발대인 그는 이번 방북 때 이어도호가 조사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사 일정과 각종 요구사항에 관한 회의를 거의 매일 진행했다. 그는 북한측이 실무 회의에 익숙하지 않은 듯 조사단의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적이고 책임있는 답변을 꺼려 회의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안내원과 식당 및 매점 여성 종업원 이외에는 주민 접촉이 철저하게 차단됐다”며 “안내원들은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대 출신으로 지식수준이 높아 대화가 잘 통했다”고 말했다. 평양이 고향인 석부장은 이동 중에 평양에서 하룻밤 묵었지만 외부출입을 막아 차량 안에서 대동강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