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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뒤엔 이곳에 가보자 ⑤]아산온천 노천탕

입력 | 1998-02-19 20:05:00


벌거벗은 몸에 채찍처럼 찬바람이 감겨온다. 서둘러 온천물 속에 몸을 담그니 온 몸에 퍼지는 열기. 얼굴은 시리지만 목 아랫부분은 펄펄 끓는다. ‘눈송이가 날리면 더 운치 있을 텐데.’

아산온천 노천탕에 몸을 담근 김영균씨(30·경기 성남시 태평동). 문득 폭설이 퍼부었던 9일밤의 부부싸움이 떠오른다.

1년전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변리사 자격시험 준비 중인 김씨는 그날 오후내내 방안에 박혀 있었다.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돌아온 아내(32·H통신사원). 눈을 털어내는 손길에서 짜증이 뚝뚝 떨어졌다. “밖에 눈 오나 보지.” 무심코 건넨 ‘환영사’에 경멸기마저 어린 아내의 눈빛. 차가 뒤엉켜 도로변에 차를 세워둔 채 엉금엉금 기어왔단다. 별일도 아닌 ‘눈 싸움’을 시작으로 언성이 높아지다 보니 아내 입에선 “참 만고 팔자시네”라는 해선 안될 소리까지 튀어나왔다. 눈 온 데 서리 내리듯 10일 오전 차를 찾으러 가보니 이미 견인된 상태.

냉전5일째인 14일 오전 몸살 기운이 있다는 아내의 손을 끌고 “몸 좀 풀고 오자”며 집을 나서 판교톨게이트를 통과한 게 오전11시반.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천안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아산온천호텔대욕장에 도착하니 12시50분. 도로상태는 무난했다.

온천내부는 넓고(남녀탕 합쳐 1천5백평) 천장이 높아서인지 목욕탕 특유의 답답함이 덜했다. 지하 7백m 암반에서 올라오는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 게르마늄을 비롯한 20여종의 광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액순환계 질환에 좋단다.

폭포탕 초음파탕 등을 거쳐 노천탕으로 나가본다.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온탕에 몸을 담그니 전혀 춥지 않다. 바로 옆 냉탕에선 머리끝까지 쭈뼛해진다.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일본의 산속 노천온천이 떠오른다. ‘1년에 한번씩은 꼭 해외여행을 가자.’ 결혼전 아내와의 약속. 그러나 생활은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빡빡했고 게다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인생항로.

온천욕을 마치고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삽교호입구 장어구이집을 찾았다. 뼈와 내장이 다 발라지고 여러 토막으로 잘라졌으면서도 애처롭게 꼬리를 계속 꿈틀대던 장어가 참숯위에서 노랗게 익어간다. 아내가 모처럼 말문을 연다. “난 아까 노천탕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추운 날씨에 발가벗고 있는데도 온탕에 발을 담그니 전혀 안춥잖아. 냉탕에 들어가면 추위가 곱절이 되고.” 아내의 말뜻은 금방 알아챈 김씨. 장어쓸개를 넣은 소주잔을 입에 털어넣으며 곰곰 생각에 잠긴다. ‘이 추운 세상에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온탕일까, 냉탕일까….’

〈아산〓이기홍·이승재기자〉

◇ 알고 갑시다 ◇

▼ 먹을거리

온천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아산시 인주면에 장어구이집 8곳. 개업 13년째인 한영희씨의 ‘옛날돌집장어구이’(0418―43―2241)가 유명. 꿈틀대는 장어를 참숯에 살짝 구운 뒤 양념을 발라 다시 굽는데 비리거나 텁텁하지 않다. 맛의 비결은 장어뼈와 사골을 푹 곤 국물에 대추 인삼 꿀 등을 넣고 이틀을 끓여 만드는 매콤한 양념에 있다고. 강화도에서 가져온 순무김치도 자랑거리. 3명이 먹기 알맞은 민물장어 1㎏에 3만5천원. 된장찌개 3천원.

▼ 아산온천

토출온도 35도의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온양 도고온천과 비슷한 수질. 89년 온천발견. 현재까지 대중탕은 아산온천호텔(95년6월 개장)지하 온천탕이 유일. 2백평 규모의 노천탕엔 온탕 냉탕 목조탕(히노키탕) 등 3종류의 탕이 있다. /기대효과:피부미용 관절염 고혈압 위장병 신경통 혈액순환…/입장료:대인 6천원, 3∼7세 3천5백원/개장시간:오전 6시∼오후 9시, 연중무휴/온천탕 규모:남탕 여탕 합쳐 1천5백평/헬스장 휴게실 있음/호텔 객실료 2인기준 한실 5만5천원, 양실 7만7천원/문의 0418―41―5526

▼ 주변 관광명소

△외암리 민속마을〓온천에서 차로 20분 거리. 옛 양반촌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과 들녘,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고 민속주 한잔. 마을 입장료는 없다. △아산현충사 독립기념관 유관순열사유적 온양민속박물관 수덕사 등도 멀지 않다.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판교톨게이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천안IC(주행거리 62㎞)로 나와 온양 아산 방면 표지판을 따라 천안시내를 지나 백석동 방향으로 628번 지방도로를 타고 간다. 음봉삼거리(주행거리 77㎞)에서 좌회전해 1분 정도 가서 아산온천관광지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 판교톨게이트∼온천 80㎞. 평일 1시간30분 소요.△서울 강서구 등 서쪽지역, 인천 등에선 서해안고속도로가 편리. 포승IC(안중지역)로 나와 아산만쪽으로 직진. 아산만을 지나 온양방향으로 6㎞ 정도 지점에 표지판. △대중교통〓아산까지 고속버스. 기차는 장항선 온양온천역 하차. 온양온천역 맞은편 또는 아산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아산온천행 시내버스가 1시간20분 간격으로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