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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영조-정조 드라마 납시오』…사극 안방호령 채비

입력 | 1998-02-20 07:56:00


‘용’들의 전성시대인가. KBS 1TV ‘용의 눈물’에 이어 세조 영조 정조 등 대권(大權)을 잡은 조선시대의 절대자들이 잇따라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종 이방원과 양녕대군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용의 눈물’은 최근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5월까지 연장 방영을 결정했다. 후속 드라마도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집권하는 또다른 ‘용’ 수양대군의 일대기를 담은 ‘바람의 생애’(정하연극본, 장기오 김종선연출). MBC가 4월부터 방영하는 ‘대왕의 길’(임충극본, 소원영연출)은 조선시대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영조와 정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50부작인 이 드라마는 탕평책 등을 실시하며 조선왕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영조(박근형)와 아버지 사도세자(임호)의 죽음을 지켜보며 성장한 정조의 꿈과 좌절을 그린다. 드라마 ‘산’ 촬영중 중상을 입었던 홍리나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역을 맡았고 윤손하 권용운 등이 출연한다. 방송가에서는 “장희빈 장녹수 명성황후 등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여인천하’가 끝나고 용들의 승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MBC ‘일출봉’‘야망’ 등 ‘야사(野史)’형이나 SBS ‘임꺽정’ 등 ‘재야(在野)’형은 용들의 기세에 눌려 사극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용들이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용의 눈물’의 인기바람과 그 후광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드라마는 대권을 둘러싼 권력투쟁과 부자간의 갈등을 그려 지난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현실 정치와 비교되며 ‘장외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장희빈’류 사극은 여성층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어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용의 눈물’은 드라마와 현실정치를 연결하는 수법으로 리얼리티를 높여 사회적 반향을 얻으며 사극의 새로운 인기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사극들은 특정 인물을 미화하는 ‘용비어천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보복없는 관대한 정치, 학문과 과학기술의 발전, 측근의 발호(跋扈)척결 등의 업적을 이룬 정조를 다루는 MBC ‘대왕의 길’이 DJ(김대중차기대통령)를 의식한 작품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복만 책임프로듀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현실과 연관해 해석할 수도 있는 게 사극의 묘미”라며 “그러나 이 드라마는 권력갈등 외에도 인간적 고뇌와 사랑 등을 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