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금품수수사건과 관련, 변호사들에게서 돈을 받은 판사 9명의 재판권을 박탈하고 징계위원회에 넘기는 한편 의정부지원 판사 37명 전원을 교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직 판사들이 무더기로 금품수수혐의로 징계를 받게 되고 특정법원 소속 법관 전체가 인사조치되는 것은 사법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판사들이 재판과 관련해 돈을 받았는지를 계속 조사하기로 했지만 의정부지원 소장 판사들은 조사결과가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용득(安龍得)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8명의 판사가 96년 3월경부터 97년 9월경까지 사건브로커 고용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순호(李順浩)변호사 등 6,7명의 변호사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10만∼50만원씩 명절인사 등의 명목으로 1인당 40만∼3백만원의 돈을 통장으로 송금받거나 직접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판사가 변호사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사례는 △96년 8월 의정부지원에서 퇴직한 김모변호사가 이변호사에게서 변호사 개업자금으로 무이자로 1억원을 빌려 96년 9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갚았으며 △지난해 2월 의정부지원에서 퇴직한 양모변호사가 서모변호사 등 2명에게서 개업자금으로 5천만원을 빌려 지난해 4월 원금과 이자를 갚았고 △의정부지원 서모판사가 전세자금으로 이변호사 등 2명에게서 96년 10월과 97년 8월 각각 1천7백만원과 5백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지난해 1월과 12월에 갚았고 △의정부지원 김모판사가 뇌종양을 앓고 있는 고교 동문의 치료비조로 이변호사에게서 1백만원을 받아 송금한 것 등이다. 안처장은 “헌법상 탄핵을 받지않으면 파면할 수 없는 판사에게 정직 감봉 견책 등 징계를 하는 것은 사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안처장은 이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도록 의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검찰의 수사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사항”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판사 감찰기구 신설을 검토하고 △추상적인 법관윤리강령의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제정하고 △3월중에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한 근본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하준우·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