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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비자금 수사]은감원-경찰,실명제法 유린

입력 | 1998-02-23 19:14:00


「금융실명제법은 휴지 조각이 되는가.」 DJ비자금 의혹제기와 관련, 금융실명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남의 예금계좌를 뒷조사하고 그것을 선거운동용으로 제공한 청와대의 사정(司正)비서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법적 처벌을 면제받았다. 국가기관을 이용해 예금비밀과 사생활을 캐내 발표한 데 대해 눈감아 버림으로써 실명제 운용이 위태롭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배재욱(裵在昱)사정비서관은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경찰청 등 국가기관의 협조로 20여명의 금융계좌 추적팀을 구성해 95년부터 2년 동안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 친인척의 금융계좌 7백여개를 추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출발을 하는 마당에 이러한 잘못된 행태는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이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차원을 넘어 국가기관들이 동원돼 실명제의 근간을 뒤흔든 ‘권력형 범죄’라는 점에서 잘못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박원순(朴元淳)변호사는 “검찰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고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하는 권력남용의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같은 선례는 국가기관의 권력남용형 범죄를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금융실명제법은 실명거래와 비밀보호를 기본으로 하는 제도인데 검찰이 비밀보호를 위반한 범법자들을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실명제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혐의가 있는 피의자의 기소를 유예하거나 공소를 보류하는 것은 몰라도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원일(金圓日)변호사는 “혐의는 인정하면서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의 처리이며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법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금융실명거래와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따라 명의인(예금주)의 요구나 동의없이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나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한 금융기관 종사자나 이를 요청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석호·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