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DJ)차기대통령의 비자금사건 수사의 처벌대상 1호로 지목됐던 청와대 배재욱(裵在昱)비서관. 배비서관의 자료를 넘겨받아 “친인척계좌가 모두 DJ비자금”이라고 과대포장한 혐의가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두 사람의 행동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었다. 배비서관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이명예총재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특히 배비서관의 경우 검찰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의 ‘전관예우’를 해주더라도 불구속기소는 불가피한 사안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배비서관에 대해 “당사자가 크게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의 고발이 없다”며 ‘불입건’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명예총재 처벌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내부에서는 정권초기 정쟁(政爭)의 불씨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따른 결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수사는 기본적으로 김차기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서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폭로한 측만 기소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의 반발이 뻔하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모두 무혐의처리하게 됐다고 검찰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명예총재가 수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21일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법조인 출신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이명예총재를 공개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예총재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도덕성에 타격을 입혀 다시는 ‘DJ비자금’을 언급할 수 없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새정권 출범에 따라 사정을 주도해야 할 검찰로서는 5년 동안 사정작업을 총지휘한 배비서관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한 ‘협상의 결과’였다는 분석도 있다. 배비서관은 비리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정보통’인 만큼 협조를 얻기 위해 관용을 베풀었다는 것.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 결과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내려진 고도의 정치적 결론”이라고 말했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