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새대통령 취임날. 이날 임금이 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취임식에 이은 ‘국민화합 대행진’에서 조선조 어가행렬의 임금 역할을 맡은 윤주홍(尹柱洪·64)씨.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새대통령 취임을 축하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쁩니다.” 윤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윤주홍의원 원장. 25년간 ‘달동네’영세민을 위한 무료진료, 섬마을 어린이 초청사업과 관악장학회를 설립해 어려운 처지의 학생을 도운 공로로 89년 ‘제1회 서울시 시민대상’을 수상했다. 행사준비를 맡은 서울시측은 당초 KBS 대하역사드라마 ‘용의 눈물’의 주인공 탤런트 유동근씨나 유망 중소기업인 중 한명을 임금으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새대통령 취임에 맞춰 국민화합을 이루기 위해선 평범한 시민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윤씨를 선정했다. 조선조 어가행렬은 왕이 종묘사직에 제사를 지내거나 과거시험장에 거둥할 때 벌이던 행사. 국회의사당에서 마포대교 남단까지 구간에서 재현될 이 행사에는 서울 캐릭터인 ‘호랑이’가 선두에 서고 취타대와 각 시도 풍물패 1백70여명이 흥을 돋울 예정이다. 윤씨는 왕이 타는 가마인 ‘어연’을 타고 행렬을 이끌게 된다. 요즘 윤씨는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 오던 상아로 만든 ‘홀’을 벽장에서 꺼내 다시 닦고 있다. 이는 파평 윤씨 가문의 선조중 한분이 조선시대에 임금을 뵐 때 들고 서 있던 가보다. 윤씨는 “비록 ‘하루 임금’을 맡게 됐지만 요즘 부쩍 나라 걱정에 깊은 생각에 잠긴다”며 “새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