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삼탁(嚴三鐸)씨는 직업군인에서 정보맨으로, 다시 행정가와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인물.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스포츠맨과 무술인으로 더 잘 기억한다. 그는 무술단수가 10단이 넘고 각종 무술협회에서 받은 명예단수까지 합하면 20단이 넘는다. 그는 호국청년연합회장 이승완씨와 서방파 두목 김태촌(金泰村)씨 등과도 밀접하게 어울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엄씨를 수사한 기록에 따르면 정덕진(鄭德珍)씨는 검찰에서 “엄씨는 슬롯머신업자들에게서 돈을 거둬들여 치부하고 폭력조직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엄씨를 ‘폭력조직의 합법적 대부’라고 진술했다. 엄씨는 이에 대해 “정씨가 검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허위진술한 것”이라며 “정씨는 최근에 사죄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40년 대구 달성군 출신인 엄씨는 경북대사대 사회학과를 나와 65년 ROTC 3기로 육군소위에 임관했다. 그는 군에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동기생들 중 선두로 별을 달았고 90년 소장으로 예편한 뒤 안기부 기조실장까지 맡는 등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엄씨는 92년 대선 당시 안기부의 조직과 자금을 동원, 김영삼(金泳三)후보를 지원한 공로로 문민정부 초대 병무청장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후 슬롯머신 사건과 관련, 정씨 형제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낙마(落馬)’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에 입당한 그는 김대중(金大中)후보를 지원한 것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