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진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26개 일반은행의 정기주주총회가 26∼28일까지 일제히 열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은행인사 불개입’선언으로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관치(官治)인사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란(換亂)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하는 만큼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개선과 구조조정을 위해 임원수를 현재보다 2∼3명씩 줄일 예정이어서 임원승진 및 잔류는 더욱 어려워질듯. 그러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 임기만료된 6개 은행장들이 연임 추천을 받고 일부 은행들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적정’의견을 내주도록 압력을 넣는 등 책임경영 구현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도 커졌다. ▼은행장 유임〓26개 일반은행중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은 은행장을 포함해 1백여명. 조흥 상업 제일 서울 외환 보람은행 등은 임원 전원이 임기와 관계없이 사표를 제출, 대규모 인사 회오리가 예상된다. 문제는 일부 은행장의 유임. 정지태(鄭之兌)상업은행장과 이규증(李圭澄)국민은행장이 자진사퇴하고 박종대(朴鍾大)평화은행장이 임기만료로 자리를 내줬을 뿐 대동 동남 대구 광주 전북 제주 등 6개 은행장은 모두 연임추천을 받은 상태. 한일 외환 제일 등 13개 은행들은 작년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사를 교체하고 이를 ‘책임경영 구현’의 증거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은행 감사에 한국은행 감사원 등 외부기관 인사들이 추천돼 ‘낙하산 인사’관행은 여전히 남게 됐다. ▼회계법인에 압력넣기〓삼일 산동 안건 안진 세동 영화 등 6개 회계법인은 당초 은행들의 부실경영 관련 사항을 보고서상 특기사항에 모두 기록했다가 의뢰고객인 은행측의 압력에 밀려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 J은행 등 일부 은행은 회계법인에 적정의견을 내줄 것을 요구, 관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법인에 대한 은행측의 요구는 △‘적정’의견을 낼 것 △손실액수 등 수치를 기재하지 말 것 △부정적인 내용은 특기사항보다는 주석사항에 기재해달라는 것 등이다. 회계사들이 내리는 감사의견은 재무제표가 기업의 경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적정’ ‘한정(재무제표 작성에 일부 문제가 있음)’ ‘부적정(문제가 많아 재무제표로서 의미가 없음)’ ‘의견거절’ 등으로 평가해 놓은 것. 또 일부 시중은행들은 종합기획실 차원에서 감사보고서의 외부유출을 철저히 막고 있어 주주와 예금자들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이강운·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