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만 담을 넘어갔단 말이야.” 16일부터 시작된 OB의 창원 전지훈련장. 김인식감독이 김태룡 매니저에게 호통을 친다. 프리배팅중인 타이런 우즈(29)가 툭툭 건드려도 담을 넘기자 김매니저의 “20개가 넘어가네”라는 너스레에 한마디 쏘아붙인 것. 평소 말수가 적은 김감독은 그래도 “쓸만한 물건이긴 해”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김감독은 요즘 ‘감독할 맛’이 난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용병들이 기대 이상의 실력을 갖춰 주전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 최근 2년간 주전들의 부상에 힘 한번 써보지도 못 한 것에 비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올 정도. 2순위로 총 9만4천달러를 받은 우즈는 1m83, 1백㎏의 거구. 96년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더블A팀인 트렌턴에서 25홈런 타율 0.312를 기록한 강타자. 지난해 트리플A팀이 모인 인터내셔널리그에서 한달동안 홈런 9개, 타율 0.352를 올려 김감독의 마음을 부풀렸다. 우즈의 출현으로 ‘토종 거포’ 김상호와 심정수는 마음을 졸이고 있다. 4번 자리를 지키려고 특타에 야간 연습까지 빼놓지 않는다. 우즈의 수비는 1루. ‘물찬 돼지’처럼 재빠른 발놀림과 수비력까지 겸비했다. 유머 감각과 한국어를 익히려는 노력도 남다르다. 9만5천달러를 받은 1순위 에드가 캐세레스(34)도 김감독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배’. 1m82, 81㎏으로 95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잠시 몸담았었다. 김감독은 “수비만 따진다면 이종범(주니치 드래건스)과 견줄 만하다”고 후한 점수를 매긴다. 캐세레스가 공을 잡은 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매끄럽고 손목 스냅이 부드러워 악송구가 드물기 때문. 발도 빠르고 타격에서는 맞추는 재주가 탁월한 편. 유연성이 좋아 어떤 공도 때려낼 수 있으리라는 평가. 이렇게 되자 유격수 김민호와 2루수 이종민도 끙끙 앓는 중. IMF시대에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창원〓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