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따라잡으려면 정보통신분야를 발전시켜야만 한다.”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슈퍼코리더(MSC)’ 구상과 싱가포르의 정보화 백서인 ‘IT2000 계획’. 90년대 들어 잇따라 등장한 두 이웃 국가의 정보화 프로젝트는 동남아 지역의 정보통신 중심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싱가포르의 IT2000 계획이 91년 선보였고 말레이시아의 MSC 구상은 그보다 4년늦은 95년 발표됐다. IT2000은 2000년까지 국가 전체를 정보화 섬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키보드를 통해서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자도시(Intelligent Island)의 구축작업은 올해초까지 70만 가정을 컴퓨터로 연결하는 작업을 마치면서 점점 현실감을 더해가고 있다. 마하티르의 MSC는 싱가포르의 IT2000에 자극받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두 계획이 유사하다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IT2000과 MSC는 개념부터가 다르다는 것. IT2000이 국가 정보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MSC는 세계를 겨냥해 최첨단 정보통신 전자제품을 연구 생산하는 단지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양자간엔 닮은 꼴이 너무나 많다. 싱가포르가 6백26㎢에 이르는 전국토의 정보화를 추진하자 말레이시아는 이보다 더 넓은 7백50㎢의 지역을 정보화 단지로 선정했다. 전자행정과 각종 카드를 하나로 집약한 스마트 카드,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치료와 홈쇼핑 등 두나라가 꿈꾸는 미래사회의 모습 또한 닮은 꼴이다. 다만 싱가포르가 인구가 부족해 고민중이라면 말레이시아는 잘 훈련된 인적자원이 부족해 고생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것과 달리 강력한 정부가 주축이 되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특히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정보화추진이 가장 급한 일이라는 데 양국의 지도층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싱가포르·사이버자야〓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