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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만명 더 일자리 잃는다…실업률 87년이후 최고

입력 | 1998-02-27 20:07:00


실업 대란이 시작됐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지난달 실업자 수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조정한 거시경제지표에 따른 전망치 1백만명에 이미 육박한 것이다. 지난달 실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만3천명이나 늘었다.

취업자 수로 본 실업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만6천명이 줄었다. 지난 1년 동안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취업자가 감소한 만큼 실업자가 늘지 않은 것은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 중에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경제활동을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경제활동인구는 84년 4월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2천64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만3천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신규는 물론 재취업 기회가 크게 줄어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업자는 최근들어 급증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는 전달의 65만8천명에 비해 27만6천명(41.9%) 증가했다. 이 중 지난해 2월 이후 실직한 사람이 24만명으로 87%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취업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실업자는 11만9천명에서 14만1천명으로 2만2천명 소폭 증가했다.

불황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취업 전망도 비관적이다. 공무원은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본격화한다. 비교적 형편이 나은 기업들조차 이 기회에 군살을 빼기 위해 인원을 과감하게 자르고 있다.

경기도내 중소기업체 사장은 “경영에 큰 애로는 없지만 최근 인원을 30% 정리해고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정보산업과 지식산업 분야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 매년 50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장담했다.

정부는 세계은행(IBRD)차관자금을 1조원 이상 할애, 벤처 및 중소기업 창업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벤처기업은 특성상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지원한 만큼 창업이 활발해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한 두명만으로 시작하는 벤처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5∼6%대로 잡았던 실업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실업률을 5.7%와 5.8%로 예상했고 대우경제연구소는 6.3%로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은 “경기침체 심화로 올해 실업률이 6%를 훨씬 넘어서 실업자 수가 1백5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을 6%로 잡으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실업자수를 단순 계산하더라도 실업자 수가 1백23만9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보다 30만5천명이 일자리에서 더 쫓겨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