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희선처럼 뽀글뽀글 볶은 머리가 ‘IMF파마’라며 유행하던 시기가 잠깐 있었다. 미장원에 자주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유행의 발신자인 김희선은 파마값을 뽑기도 전에 생머리로 바꿔야했다. 사치스러워 보인다며 당장 단정하게 펴도록 ‘고위층’에서 지시한 까닭이었다. 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을 연상시키는 코미디지만 김희선이 등장하던 드라마는 IMF시대에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서둘러 막을 내렸고, 그 시간대는 지금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뎌온 ‘아씨’가 꿋꿋하게 메우고 있다.
TV를 ‘지키고’,시청자를 ‘보호하는’ 것은 아씨만이 아니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육남매’의 장미희나 코미디의 강호동은 “착하게 열심히 살면 복받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한다.
이 와중에 가수 박진영이 한 인터뷰에서 “댄스가수가 IMF시대라고 해서 춤을 다르게 출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한 말은 참 신선하게 들렸다. 모두가 ‘일렬종대’로 서기 보다는 댄스가수는 열심히 춤추고, 코미디언은 웃기고, 작가는 새로운 대안(代案)문화를 찾아내는 것이 IMF를 이기는 길이 아니냐는 얘기였다.
최근 뉴스위크지는 한때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 이유가 “이견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견을 못참기론 독재정권을 모셨던 우리나라가 결코 덜하지 않다.
“튈 수 없다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10대와 젊은 디지털세대에게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아날로그식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은 죄악이다. 국민소득이 10년쯤 뒷걸음쳤다고 해서 TV마저 일사불란하게 20,30년전으로 돌아간다면 설령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애써 다양해진 우리 대중문화와 의식은 여전히 그때 그시절에서 헤맬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씨나 장미희같은 우리 어머니들은 없이 산다는 이유로 자식들 기를 죽이지는 않았더랬다.
김순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