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가 늪에 빠졌다. 살려달라고 슬피 울었다. 개구리들이 몰려왔지만 누구도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개구리가 말했다. ‘잠깐 늪 속에 빠진 걸 가지고 웬 소란입니까. 당신이 우리처럼 늪 속에서 오래 살았다면 과연 어떤 울음을 울까요’.”
이솝우화에 나오는 ‘당나귀와 개구리’의 한 대목이다. 주고자 하는 교훈은 ‘삶이란 원래 힘든 것이니까 울음을 그치라’. 이솝우화라면 개구리들이 힘을 모아 당나귀를 구해주든지, 아니면 평소 당나귀의 교만함을 나무라든지 해야 맞다.
요즘 미국 출판계의 화제는 이같은 이솝우화의 원본이다. 우리가 아는 이솝우화는 18세기에 새뮤얼 크록스웰이 상당 부분 개작한 것. 그리스어의 원본 이솝우화는 영국의 동화작자 로버트 템플부부가 번역해 지난주 초부터 서점가에 깔리기 시작, 인기를 얻고 있다. 원본이 화제가 되는 것은 선이 악을 이기는 내용이 아니라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