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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서울한가람교⑧]「신세대」교장 이옥식씨

입력 | 1998-03-02 08:10:00


한가람고 이옥식교장(41)은 서울시내 교장중에서는 신세대로 통한다. 나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립학교로는 유일하게 학교운영위원회를 만드는 등 학교운영과 교육방식이 진취적이어서다.

어머니가 재단 설립자인 이교장은 80년부터 영등포여상에서 수학과 윤리교사로 교단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영등포여상과 한가람고의 교장을 겸하고 있다.

이교장이 한가람고 설립을 결심한 것은 실업고에 몸담으면서 느낀 교육현장의 모순을 개선해보기 위해서였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데도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하는 시늉을 할 수밖에 없는 교육방식이나 교육과정이 모두 비교육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실업계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영등포여상의 남는 교사(校舍)를 이용해 색다른 교육과정의 고교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고 싶도록 만드는 자율학교를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나 학교설립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교육청은 교육과정 등을 검토하면서 관련 법규와 글자 한자라도 틀리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도 끈질기게 공무원들을 쫓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겨우 인가를 받아냈다.

개교를 하고나서도 학교의 교육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

이교장의 학교운영 철학은 두가지. 학생들에게 가능한한 자유롭게 해주고 교사는 철저한 전문가가 돼야한다는 것. 자유롭다지만 교칙은 엄격하다.

이교장은 “교사들은 계약제를 통해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자질이 우수하다고 자부한다”며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칠 것인지에만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교사는 수업 이외에 행정업무 등 일체의 잡무 부담이 없다. 수업시간을 1백분으로 짠 것도 교사들이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수업이 짧으면 교사들이 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식 보다는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교장은 “입시준비를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토론식 수업이 학습효과가 커 지난해 11월 서울 70개교가 참가한 모의고사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