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공이 다음 달부터 서방 항공기들에 본격 개방된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소속 화물기에 이어 대한항공 화물기도 내일 북한 비행정보구역(FIR)을 시험 통과할 예정이다. 엄밀히 말해 영공개방이라기보다는 항로개방이지만 북녘 하늘이 열렸다는 소식은 봄의 꽃소식처럼 반갑다. 6·25 이후 지금까지 북한 FIR를 통과할 수 있었던 외국 항공기는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기뿐이었다.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새 항로가 개설됨에 따라 판문점을 경유하는 남북 직통전화가 새로 연결됐다는 사실이다. 새 항로를 관할하는 대구관제소와 평양관제소간 통신 주회선은 서울의 혜화전화국∼판문점∼개성∼평양으로 이어진다. 현재 북한 신포의 경수로 건설현장과 한국전력 본사의 통신은 인공위성을 통해, 그리고 남북적십자간 직통선도 판문점에서만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이 이같이 직통 유선통신망까지 합의한 데는 새 항로 개설에 따른 달러 수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공통과료가 적게는 연간 2백만달러에서 많게는 6백만달러나 된다니 북한으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액수다. 반면 미국과 동아시아 러시아 등을 운항하는 항공기들은 비행시간을 20∼50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들의 연간 유류절약 액수만 해도 1천5백만달러는 족히 될 것이라고 한다.
▼남북한 서로에 혜택이 돌아가는 협력사업은 찾아보면 많다. 문제는 모든 것을 이념이나 체제로 저울질하는 데서 생긴다. 서로가 득을 볼 것이 뻔한데도 공허한 입씨름만 벌이다 결국 얼굴을 붉히고 자리를 박찼던 것이 남북한관계의 실상이다. 새 정부는 북한과의 내실있는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평양당국은 남측 제의에 빨리 호응하면 할수록 더 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남찬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