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선수들끼리 맞붙게 하면 흥행이 된다.’
역시 미국은 돈버는 데는 귀신. 박찬호·노모―서재응·요시이의 ‘맞불 패션쇼’가 5일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뉴욕메츠의시 범경기서 벌어질 전망이다.
다저스의 빌 러셀감독은 박찬호(25)를 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로 기용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5일 메츠전에 중간계투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3시10분 메츠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인 포트 세인트루시 토머스 제이 화이트구장서 열리는 두팀의 시범경기는 한일 투수 4명이 등판, 황색 특급들끼리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한국투수들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과 일본투수 4명이 한꺼번에 같은 경기에 나가는 것도 사상 처음. 다저스는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30)를 선발로 2이닝 동안 던지게 한 뒤 박찬호를 두번째 투수로 기용한다. 박찬호는 투구수 50개를 기준으로 3,4이닝 정도 던질 예정. 이에 맞서는 메츠는 올초 입단한 요시이 마사토(33)와 서재응(21) 카드로 맞불을 놓는다.
이들의 승부는 지난해 나란히 14승을 거두며 이미 메이저리그의 간판투수로 성장한 박찬호와 노모가 일단 한수 위의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메츠의 보비 밸런타인감독도 일부러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이들의 한일간 투수대결을 성사시키긴 했지만 힘의 우열은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 이보다는 한일 양국투수의 대결이 언론의 관심을 크게 끌고 요시이와 서재응에게 동기의식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95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밸런타인감독의 감춰진 계산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출신의 요시이는 일본 프로야구 12년 경력의 고참. 노모나 뉴욕 양키스의 이라부 히데키처럼 정상급 투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노모와 함께 포크볼의 달인으로 불린다.
박찬호는 “밸런타인감독이 일부러 맞대결을 시키는 모양이다”며 “후배와 같이 마운드에 서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지만 봐주지는 않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편 서재응은 2일 포트 세인트루시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0대1로 뒤진 7회초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등판,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메이저리그구단을 상대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서재응은 첫 타자에게 사구를 허용했으나 다음 타자를 3루땅볼 병살타와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