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우상으로 여기던 추리소설가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그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영화 ‘미저리’의 여성처럼 끔찍한 그 누군가가.
스토킹(Stalking), 특정인물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짓. 유명작가나 가수 운동선수 등 스타가 당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인도 예외가 아니다. 간호사 언론인 의사 교사 작가 음식점종업원 등 많은 사람들이 스토커의 ‘사냥감’이 되기 쉽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옛 연인이나 우연히 만난 사람이 추근대거나 헛소문을 퍼뜨리자 정신적으로 시달리다 못한 사람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스토커에게 맞거나 성폭행당한 여성도 적지 않다. 집에서 속앓이만 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난다는 것.
실제로 서울 S병원에서 최근 간호사 1백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명이 스토킹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5명은 6개월 이상 시달렸다.
▼스토커는 왜 생기나〓스토커는 한마디로 ‘정신적 응석받이’.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연구소 이시형소장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보면 스토커의 심리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가 엄마의 무조건적 사랑을 믿고 떼를 쓰듯 스토커도 구애와 사랑을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한다.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아이가 스토커가 되기 쉽다는 것.또 정신적 미숙아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오는 스타도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여긴다. 평소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다 PC통신이나 전화 등을 통해 친해진 상대방에게 맹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스토커 대처법〓명확히 ‘싫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추근대면 일단 스토커라고 봐야 한다.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 스토커는 피해자가 설득하는 것을 ‘사랑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한다. 점점 수렁으로 빠질 수 있으므로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계속 찾아올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모나 가족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경찰서에 신고한다. 이박사는 “여성의 경우 스토커를 설득한다고 으슥한 데 따라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한다.
〈이성주기자〉
[이런사람 조심하세요] △친구가 거의 없다
△말과 행동이 어린애같이 유치하다
△너무 자주 선물을 한다
△자존심이 센데도 나앞에서는 비굴해진다
△자기 얘기만 한다
△유행에 특히 민감하고 과시욕이 심하다
△PC통신에 광적으로 빠져있다
△편지나 전화가 잦으면서 내용이 상식 밖이다
△사람을 요모조모 시험하려 한다
△자제력이 없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친하지도 않은데 고민을 털어놓는다
(일치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스토커일 위험성이 높다·강북삼성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