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한다.’
요즘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의 졸전에 울화가 치미는 축구팬들이라면 한번쯤 이 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대 월드컵사를 들춰보면 예선 등에서 어이없는 참패를 당했던 팀들이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상에 오르거나 돌풍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74월드컵. 홈구장의 서독은 2조 예선에서 라이벌 동독에 0대1로 져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지만 팀워크를 정비해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누르고 우승했다.
3무로 허덕였던 이탈리아가 결국 우승컵을 안은 82월드컵, 94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볼리비아에 졌던 브라질이 월드컵 4회 우승을 이룩한 것 등 사례는 무수히 많다.
흥분한 목소리로 신문사에 전화를 할 정도로 축구팬들이 화가 난 것은 경기 내용이 형편없었기 때문. 그렇지만 고정운 하석주 서정원 등 주축들이 해외에 나가 있고 황선홍 김병지 김도근 등은 부상으로 빠져 대표팀의 전력은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 때에 비해 50%도 안된다.
여기에 차범근감독이 신예들을 대거 합류시켜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라 아직 ‘베스트 11’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망과 분노는 아직 이르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긴급 기술위원회를 열어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을 재점검했다. 앞으로 부쩍 성숙해질 대표팀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