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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양평장사대회]실직「IMF 장사」들,한판승부 결의

입력 | 1998-03-06 07:32:00


‘가라,국제통화기금(IMF) 실직의 아픔이여!’

‘지존’이태현(22·전 청구), ‘두꺼비’김정필(25·전 우리금고), 진상훈(25·전 일양약품) 등 12명의 ‘해고 샅바꾼’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목표는 6일부터 경기 양평군에서 열리는 올시즌 첫 지역장사대회 타이틀.

이들은 지난해부터 몰아친 팀 해체에 직장을 잃고 강호를 떠돌았다. 나름대로 개인 연습을 해왔지만 체력과 기술에서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씨름연맹이 훈련비와 숙식을 제공하며 상비군을 조직, ‘재기의 샅바’를 움켜쥐었다.

IMF 한파를 메치기 위해 역시 잠시 목이 날아갔던 권영식 일양 감독의 지휘도 매섭기는 마찬가지.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어” “벌써 나뒹굴면 어떡해”라는 권감독의 채찍질에 선수들은 군소리없이 다문 채 초등학교 운동장 4바퀴 돌기, 팔굽혀펴기 30번을 거뜬히 해낸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언제 새로운 팀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신인처럼 훈련하고 있다”고 결의에 찬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의 강인한 정신력에도 불구하고 타이틀 획득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우선 1월 설날장사대회 황금소를 거머쥔 ‘골리앗’ 김영현(2m17·22·LG증권)이 떡 버티고 있다.김영현은 단순한 밀어치기 기술에서 탈피, 1백70㎏에 가까운 체중으로 들배지기 등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 왔다.

기존 3강의 수성 의지도 만만치 않다. 실직의 아픔을 이겨낸 이태현,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이를 악문 96천하장사 김경수(25·LG증권), 설날대회에서 다리부상으로 중도하차한 지난해 천하장사 신봉민(24·현대)도 노련함을 무기로 김영현과 맞설 것으로 보인다.

신봉민―김경수, 이태현―김영현의 4강 대결로 압축될 이번 대회는 과연 누가 ‘IMF 귀신’을 모래판에 속시원히 메다꽂고 너털웃음을 웃게 될지 최대 관심사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