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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한진수/교육-문화부장관이 할 일

입력 | 1998-03-08 20:03:00


우리나라 국회는 되도록이면 안 열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열리기만 하면 싸움질이니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함 삿대질 멱살잡이…수준이하의 꼴불견이다. 총리인준문제와 북풍(北風)사건을 놓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런 국회를 보며 국민은 말한다. “아직 멀었어. 더 고생해야 돼. 완전 쪽박을 차야 정신차릴 모양이지.”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자. 총리인준문제를 상식으로 말하자면 김종필 지명자는 적절치 않은 점이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선거에 이겼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총리로 지명됐고 국회에서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가 원칙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비가 붙었다. 국회의장은 적법하다고 하고 법제처는 무효라고 해석한다.

그것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판정을 받아야 할까.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제대로 투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하는 나라의 최소한의 기본이다. 총리인준 북풍문제에 이어 첫 내각에 대해서도 설왕설래(說往說來)한다. 긍정적 시각도 있고 부정적 평가도 한다.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각료중에는 이해찬교육부장관과 신낙균문화관광부장관도 포함된다. 두 장관이 모두 교육과 문화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 또는 선입견이 그런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또 이장관은 무엇이든 잘 물고늘어지는 당돌한 인상 때문에, 신장관은 특별한 이미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점 때문에 두 장관이 더욱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본다. 먼저 이해찬의원을 교육부장관에 임명한 김대중대통령의 뜻은 무엇일까. 교육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라는 뜻일 것이다. 이런저런 눈치보지 말고 오직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 그리고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만을 생각,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라는 바람이 이장관의 어깨에 실려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신문화관광부장관에게는 이런 소명(召命)이 있는 것 같다. 문화대통령을 표방한 김대통령의 뜻을 어느 한곳 치우침이 없이 수행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문화를 모든 가치의 위에 놓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문화를 이벤트화해서도 안되고 상업주의화해서도 안된다.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문화부’가 ‘문화관광부’로 변질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럴 바에야 ‘문화체육부’로 그냥 두지 왜 바꿨느냐고 체육인들도 시큰둥해 하고 있다. 또 과거의 예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를 줄여 ‘문관부’라고 불러야하는데 발음하기도 어렵고 어색하다. 줄여 부를 때는 ‘문화부’라고 했으면 한다. 아울러 ‘문화’를 ‘관광화’해서는 안되고 ‘관광’을 ‘문화화’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두 장관에게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지금 출판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바란다. 출판업계 인사들은 2백억∼5백억원 정도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출판업계 인사들의 주장은 엇갈리나 그들의 입장을 경청, 책 만드는 지식산업을 살리는 길을 찾아주었으면 한다. 물론 그에 앞서 출판업계의 거품도 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교육부장관이 거들 일도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한 달에 책 한 권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권장한다면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이나, 마음의 양식을 만드는 일이나 다잘되지 않을까.

한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