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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구촌/NYT]「同性성추행 판결」民權 기여

입력 | 1998-03-09 08:06:00


미국 의회가 1964년 민권법 제7장을 채택할 때만 해도 동성(同性)간의 성추행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성희롱의 범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구분해서 법을 적용하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민권법이 동성간 성추행 소송의 배제를 정당화하는 어떤 근거도 담고 있지 않다고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근해 석유시추선에서 한 남자 근로자가 남자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적 학대와 공격을 받은 사건 관련 소송에서 내려졌다. 하급심에서는 해당 법률이 이성간의 문제를 다룬 것일뿐 동성간의 성희롱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었다.

민권법이 반드시 이성간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이번 법해석은 현재 미국내 직장에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동성간의 성희롱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데 획기적인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하겠다. 법원은 특히 이번 판결을 통해 성적학대를 증명하기 위해 요구되는 고도의 법률적 장애물들을 명료하게 정의하기도 했다. 미국내 직장에서 성적학대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구되는 법률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소인이 성적학대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를 보았을 경우, 즉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만 법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가 뚜렷하지 않은 단순한 행동으로 그칠 때에는 보호를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판결문이 동성간의 성추행을 증명하는데 적용할 보다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일반적 상식과 민감성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법적용상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의 사려깊은 접근은 민권(民權)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훌륭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