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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날씨등 일상관찰 빼곡 인하대 유재혁교수

입력 | 1998-03-09 08:29:00


‘인천 남구 학익동에서 서울 서초구 방배동까지 걸어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먼저 양쪽을 잇는 도로를 파악, 거리를 알아낸 뒤 보통 사람의 걸음걸이 속도로 나누면 간단히 해답을 구할 수 있다. 굳이 이 방법을 마다하고 실제로 걸어서 시간을 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인하대 생물학과 유재혁(柳在赫·51)교수. 그는 ‘사람이 걸으면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인하대에서 서울 방배동 집까지 세차례나 걸어서 퇴근한 뒤 8시간반에서 9시간정도 걸린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교수는 호기심이 발동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스타일. 무엇이든 기록하고 수집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기행(奇行)’은 인하대에 부임한 77년부터 시작됐다. ‘기인’ ‘괴짜교수’ ‘수집광’ ‘곤충왕’ 등의 별명이 붙었다.

그의 ‘채집 일기’에는 20년간 다닌 채집여행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각종 생물 관찰기록은 물론 서울역 개찰구 통과시각, 출발인원, 날씨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적어 놓았다.

유교수는 “20년 넘게 날씨를 관찰하다 보니 일기예보보다 더 정확하게 날씨를 맞출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77년 처음 받은 조교 월급봉투에서 지난 2월 월급봉투까지 급여 명세서를 빠뜨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곤충사진을 비롯한 각종 생태사진도 엄청나게 많다. 설악산 신흥사 등 우리나라 주요 사찰과 빼어난 자연경관, 교내 각종 기념행사 사진도 모았다.

이밖에 ‘신탄진’ ‘파고다’를 비롯한 옛날 담배와 우표 연필 성냥 사진기 현미경 등 각종 수집품이 그의 연구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유교수는 “인생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수집을 시작했다”며 “인천에 자연사박물관이 세워지면 그동안 모은 자료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