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정보제공업자(IP)에서 직원 9명을 거느린 사장으로….’
시작시스템즈 김경익사장(31)의 창업과정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사장으로 변신해 가는 모범 케이스다.
대기업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그가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은 96년 8월. 입사한 지 2년7개월, 나이 스물아홉이 되던 해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됐습니다. 잠시 회사일로 미국 출장을 갔을 때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그의 첫 아이템은 ‘실용 인터넷 옐로페이지(주소록)’. 수많은 인터넷홈페이지 가운데 흥미로운 것을 골라 소개해주는 IP였다.
서울 용산에 작은 사무실을 임대했다. 4.5평의 작은 공간. 사무실 임대료 외엔 거의 돈이 안들었다. 프린터와 팩스 1대씩을 구입한 게 전부. 책상 컴퓨터 전화기는 집에 있던 것을 가져다 그대로 썼다.
시작은 했지만 현실은 역시 매웠다. 쉴 틈 없이 일했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벌어들인 돈은 10만원이 채 안됐다. 매달 임대료를 내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서 밤늦게 강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서비스 초기에 많은 돈을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97년 1월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유니텔에 ‘인터넷데일리뉴스’를 서비스할 기회를 갖게 된 것.
유니텔에 △인터넷 최신 기술 △업체 소식 △스포츠 결과 △엔터테인먼트 정보 등을 요약해 소개했다. 분야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전담하게 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이용자가 늘었다. 월수입도 3백만원을 넘기 시작했다.
97년 10월이 두번째 터닝포인트. 스크린세이버(화면보호기)를 제작해 PC통신으로 보급하는 ‘시작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화면보호기 개발 전문업체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창업한 지 1년2개월만이었다.
삼성동에 21평의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도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9명으로 늘렸다. 시사성 있는 아이템을 골라 무료 스크린세이버를 만들었다. ‘97대선’‘크리스마스’ ‘금모으기운동’ ‘태극기’를 소재로 한 스크린세이버가 차례로 만들어졌다.
대선주자들의 권투시합을 그린 ‘대선’ 스크린세이버는 첫 일주일동안 1만여명 이상이 받아가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억8천만원. 정보제공료 수입이 매출액의 전부지만 올해에는 스크린세이버를 제작해주고 기업체에서 받는 수입도 상당할 전망이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