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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사회 대변혁

입력 | 1998-03-09 19:49:00


공직사회에 사상 최대의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장차관급 인사에 이어 금주중 각 부처 전직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후속인사가 단행된다. 이번 인사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에다 정부조직개편까지 겹쳐 단순한 자리이동 차원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중심세력을 바꾸어 놓는 파워 엘리트의 전면적인 물갈이를 의미하게 된다.

인사폭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무직 공무원들의 대거 퇴진과 7천7백여개의 자리를 없앤 직제개편의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수만명의 자리이동이 예상된다. 지난 30여년 동안 각 부처의 주요 보직을 장악해온 특정지역 출신과 인맥의 퇴조도 불가피해 공직사회는 일대 지각변동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같은 인사회오리를 맞아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정부조직개편과 직제조정으로 무보직 상태에 있는 공무원은 물론 일반 공무원들도 앞으로의 인사 방향과 성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면서 지연 학연 등을 총동원한 줄서기에 열중하고 있다.

정권교체기의 공직사회가 술렁이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인사태풍의 후유증이 오래 남거나 부작용이 두드러져서는 안된다. 정치가 불안하고 민생이 어려울수록 공직사회만이라도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국난극복은 더욱 요원해지고 민생은 도탄에서 허덕이게 된다.

새 내각이 정치인 출신 대거 입각으로 정치내각의 성격이 짙다면 차관급 인사는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승진을 통한 실무형 인사의 전진배치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17명의 장관중 12명이 정치인 출신인데다 진보와 보수성향의 인물이 함께 포진해 있어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정치논리 차단과 정책의 조화가 우려됐었다. 이번 차관인사는 정치인 장관을 보좌하고 공무원 조직을 무리없이 이끌면서 업무의 연속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후속인사다. 각 부처의 실 국장과 과장급이야말로 관료조직의 중추다. 모든 정책이 사실상 이들에 의해 입안 결정 집행된다. 따라서 과장급 이상에 대한 후속인사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도덕성 개혁성과 함께 전문성과 능력위주의 인사가 되어야 한다. 주요 보직이 특정지역 출신 또는 인맥으로 채워지면 인사후유증이 오래 남고 공직사회의 안정도 꾀할 수 없다. 장차관 인사가 지역안배를 이룬 듯하지만 권력의 핵심은 특정지역 인사와 친위부대로 짜여졌다는 비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