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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7選 印尼의 앞날]물가 환율불안 미래 불투명

입력 | 1998-03-09 19:50:00


수하르토대통령의 7선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10일 수하르토는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의 ‘형식적’인 선출절차를 거쳐 임기 5년의 차기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그러나 수하르토는 △경제위기와 국내 정치불안 △미국의 자국대사 일시 소환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지원 연기발표 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의 대사소환은 IMF의 개혁요구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강력한 압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치 경제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IMF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동남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하르토는 8일 “IMF의 요구사항이 인도네시아 헌법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는가 하면 한 고위관리는 “국제기구가 금융지원을 빌미로 내정간섭을 하려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치상황〓수하르토가 10일 재취임한 이후에도 물가 환율 주가 등이 안정될 기미가 없어 정치 사회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수하르토가 언급한 문제의 헌법조항은 ‘가족주의’의 원칙을 규정한 33조. 이 조항은 ‘대부분의 국민(가족)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자원은 국가가 관리토록 한다’고 돼있다. 이를 핑계로 수하르토의 친인척 등 일부 계층이 대부분 생필품의 생산 수입 분배과정을 독점해 왔다. IMF는 이같은 경제관행의 철폐를 요구, 마찰을 빚고 있다.

수하르토의 재집권 이후 정국이 안정될지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이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물가폭등과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소요사태가 잇따랐지만 ‘안정을 위해 수하르토가 재집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 최근 국민협의회와 군부가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

미국 등 서방세계도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한 ‘제삼의 인물’보다는 수하르토의 재집권이 낫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구 세계 4위의 대국인데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인 인도네시아가 파산해 국제사회로부터 이탈하는 사태에까지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경제전망〓인도네시아의 경제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제조업은 이미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며 외환이 고갈돼 원자재 수입도 불가능한 실정.특히 당국이 팽창예산을 편성하고 고정환율제(통화위원회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IMF의 개혁권고를 외면하자 국제금융계는 인도네시아에서 돈을 빼내기에 바쁘다.

구제금융 2차분 30억달러의 집행여부를 15일 검토할 예정이었던 IMF는 8일 “검토작업을 연기한다”고 발표,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할 경우 환율은 억지로나마 안정되고 설탕 쌀 식용유 등 생필품의 수입도 쉬워지겠지만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고갈로 대외채무 지불불능(모라토리엄)사태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필수식량과 원유를 자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모라토리엄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국제기구와 협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계는 수하르토대통령이 대선후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 주목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기없는 ‘IMF식 긴축’을 회피했지만 당선후에는 IMF 권고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의 선택에 아시아 경제위기의 재연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허승호·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