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9일 오후 검찰의 북풍(北風)사건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이 이를 수용키로 함에 따라 정국은 북풍사건 국정조사 국면으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여야가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치,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국정조사를 의결하기 위한 국회본회의가 언제쯤 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여야가 국정조사 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더라도 증인채택과 국정조사계획서 작성 등을 놓고 다시 한번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여 북풍 국조권 정국은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가 국정조사를 의결하기 위한 국회본회의 개최와 김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계시켜 현안을 일괄 타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날 3당 총무회담이 결렬된 직후 이상득(李相得)총무 등 소속의원 1백61명 전원의 이름으로 북풍사건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전격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안기부와 검찰의 북풍사건 수사는 진상규명보다 정치공작 정치보복을 염두에 두고 야당을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야당탄압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기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겠다”면서 “다만 북풍공작에 가담한 안기부와 구정권의 핵심세력, 북풍공작을 조장한 한나라당내 인사들을 망라해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여야 3당총무는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 주재로 김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검찰의 북풍사건 수사 등에 따른 경색정국을 풀기 위해 3당 총무회담을 열었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에서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은 “추경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나라살리기부터 먼저 하자”며 “JP임명동의안과 별도로 추경예산안 등 경제현안부터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여당 총무들은 추경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실업대책 수출지원 대형국책사업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분리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상득총무는 “2일 실시된 총리임명동의안 투표가 유효한 만큼 투표를 계속 진행해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투표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른 현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여권의 ‘분리처리’ 제의를 거부했다.한나라당은 또 여당의 경제청문회 추진 움직임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DJ비자금 JP비자금 국정조사를 함께 하자고 요구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의한 여야 중진회담은 이날 총무회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헌정수호비상대책위원회는 JP총리서리체제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과 총리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1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오후에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