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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 마스터스]「서울마라톤회」배남진-고형식씨

입력 | 1998-03-10 19:59:00


“이 땅의 뚱보들을 위해 뛰고 또 뜁니다.”

“둘이 뛰면 둘이 한마음이 되고 삼천만이 뛰면 삼천만이 하나가 되는 대화합의 운동이 바로 마라톤입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 모임인 ‘서울마라톤회’ 배남진(53·자영업) 고형식회원(46·자영업). 29일 경주에서 벌어지는 98동아마라톤 마스터스 풀코스에 2년연속 도전하는 이들의 출사표는 특이하다. 살이 쪄 고민인 사람들에게 확실한 다이어트 비법을 소개하기 위해 참가한다는 것. 또한 뛰다보면 마음에 낀 욕망의 때도 벗겨져 정신의 몸무게도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는 것.

고씨는 95년까지 키 1m73에 체중 1백7㎏의 전형적인 ‘배불뚝이 뚱보’였다. 늘 피곤했고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고씨에게 비만은 건강문제가 아니라 바로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었다.

음향기기 렌트사업을 하는 고씨는 비만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수군댄다는 느낌도 문득 문득 들곤 했다.견디다 못한 고씨는 95년말부터 의사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만 뛰어도 호흡이 가빠왔고 눈앞이 캄캄했다.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러다 차츰 취미가 붙은 고씨는 96년8월부터는 매일 20㎞ 가량 뛰게 되었다. 내친김에 풀코스를 완주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96년 10월 춘천마라톤을 시작으로 지난해 동아마라톤에 참가, 풀코스를 완주했다.

배씨는 아들 때문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86년 1m80에 체중이 1백5㎏까지 나가던 배씨는 자신도 문제였지만 당시 고등학교 2학년으로 1백10㎏이나 나간 아들의 몸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 새벽마다 아들을 깨워 한강둔치를 달렸다. 3개월쯤 달렸을 때 아들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달리기에 재미가 붙은 배씨는 혼자서 달리기 시작했다. 3개월만에 체중이 92㎏으로 줄어들었다. 하는 일에 자신감도 붙었다. 지난해 동아국제마라톤에 참가, 처음으로 완주를 했다. 아들의 책상 위에 완주기록증을 올려놓았다. 배씨는 지금도 53년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 순간을 꼽는다.

배씨와 고씨는 현재 둘 다 체중이 80㎏이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 체중. 그런만큼 욕심이 생긴다. 목욕탕에서나 거리에서나 비만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배씨와 고씨는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한마디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마라톤을 시작하십시오. 그래서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보십시오.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가정생활이 달라질 겁니다.”

〈배극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