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개씩 계열사를 거느리고 ‘문어발 경영’을 주도해온 10대 그룹이 구조조정에는 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12일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1백일간 상장사 구조조정공시현황’에 따르면 △주식과 부동산 매각 △합병이나 영업양도 △기술판매 등을 통한 상장사들의 구조조정실적은 89건, 3조9천67억원(미실행분 제외)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9%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 10대 재벌 계열 상장사들의 구조조정실적은 12건, 1조9천3백2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10대 그룹 가운데는 현대그룹이 4건,1조4천66억원에 달했고 나머지는 극히 부진하며 특히 LG 대우 롯데 등은 실적이 한 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의 구조조정 내용을 보면 계열사 등의 지분매각이 활발했으며 부동산 매각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진했다. 합병과 영업양도는 대부분 계열사끼리 이뤄진 것이어서 재무구조개선 등 단기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조조정이 봇물을 이룬 것과는 대조적으로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1% 감소한 1조1백77억원이었으며 SK텔레콤의 기지국신증설 투자금액(1조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 해외투자금액은 전년 동기에 2천2억원에 달했으나 IMF 이후에는 한 푼도 없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