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의 화두는 단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외환대란 금융대란 부도대란 실업대란…. 미증유의 경제대란을 타고 ‘빅뱅 도미노’가 국가경영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이때, 눈길을 끄는 경제 경영서가 선보였다.
아리 드 호이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살아있는 기업’(세종서적 펴냄).
40년 가까이 다국적기업 셸의 기획업무를 맡아온 호이스. 그는 묻는다. 어떤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가. 아니, 왜 그토록 많은 기업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가.
장수의 비결은 간명하다. 기업의 수명은 기업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단지 돈버는 기계로 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경영자가 기업의 이윤창출,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집착해 조직의 진정한 본질인 인간 공동체의 속성을 간과할 때 기업의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기업은 기계가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다. 자연스럽게 ‘진화’하며 스스로의 인격과 자기 정체성을 갖는다. 기업은 경영진의 결정에 단순히 반응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 기업의 종업원은 창고에서 ‘사용’을 기다리는 자원이 아니라 ‘숨쉬는’ 인간공동체를 구성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놀랄 만큼 짧은 기업의 수명에서부터 출발한다.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40∼50년. 70년에 선정된 5백대 기업 가운데 3분의1이 13년이 채 지나기 전에 흡수합병되거나 사라졌다.
몇몇 나라에서는 창업기업의 10년 내 사망률이 40%에 이른다. 일본과유럽기업의평균 수명은 12년6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렇게 많은 기업이 단명하는가. 저자는 세계 유수의 40개 장수기업을선정한뒤이에 대한 면밀한 탐색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낸다.
먼저, 장수기업은 구성원간에 강한 연대감과 일체감을 지니고 있다.
종업원들이 기업과 공동체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경영자를 내부에서 발탁한다는 의미다. 경영자들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자신들이 기업의 봉사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 긴 고리의 한 연결부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고 기업 전체의 건강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둔다.
장수기업은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
철저한 분권화를 통해 ‘중앙통제’를 삼간다. 이들 기업들은 한계영역에서의 활동을 폭넓게 허용한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국외자들이나 실험자 또는 궤도 이탈자들을 따스하게 껴안는다. ‘튀어야만’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이 열린다고 보는 것이다.
장수기업은 자금 운용에서 보수적이다.
자기자본에 모험을 걸지 않는다. 그들은 돈의 의미를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해했다. 마치 포커판에서 판돈의 일부를 떼어놓듯 현금을 확보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현찰이 있음으로 해서 행동의 독자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외부 자금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스스로 기회를 움켜쥔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