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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데이먼을 주목하라…「굿 윌 헌팅」주연맡고 스타부상

입력 | 1998-03-16 07:38:00


21일 개봉되는 아카데미 9개부문 후보작 ‘굿 윌 헌팅’의 극적인 광채는 드라마 안쪽보다는 윌 헌팅 역의 주인공 매트 데이먼에 있다.

하버드대 영문과 재학. 보스턴 중산층 출신의 매트 데이먼이 열여덟살 되던 88년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의 재학증명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더 굿 머더’의 단역이 주어졌을 뿐. 한해 겨우 한차례의 단역이나 허울좋은 ‘성격파’배역을 맡는데 만족해야 했다. 96년에는 ‘커리지 언더 파이어’에서 전쟁상흔에 시달리는 알코올중독자 역에 출연하기 위해 ‘18㎏(40파운드)의 몸무게를 빼야 한다’는 조건에 응하기도 했다.

비슷한 또래의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미 그가 바라볼 수 없는 눈부신 정상에서 청춘스타로 군림하고 있었다. 야성미도, 미소년 이미지도 없었던 그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늘에서 조로(早老)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고비에서 데이먼이 뽑은 비장의 ‘와일드 카드’는 “초일류 시나리오를 직접 쓰자. 그리고 내 자신이 주연이 되자”는 것.

그는 대학시절 문학창작과제로 써냈던 단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번 작품에 데이먼의 죽마고우로 나오는 초등학교 동창 벤 에플렉이 그를 도왔다. 데이먼은 한 인터뷰에서 “주연 윌 헌팅의 성격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수십번을 가다듬었다. 백과사전을 닥치는 대로 통독하며 박학다식한 대학인들의 세계를 조합해나갔다. 고된 줄 몰랐다. 그저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쓰여진 ‘굿 윌 헌팅’은 MIT대생들의 ‘현란한’ 수업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환경미화원 윌 헌팅의 성장드라마다. 잡초처럼 불우하게 자라 비뚤어져버린 천재 헌팅의 성격에는 현실 속의 데이먼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무도 풀 수 없는 고등수학을 단번에 해결해내는 헌팅의 숨은 천재성이 영화 속에 빛나고 있듯이 어디서고 주목받지 못하던 데이먼은 이 시나리오 한편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미국의 메이저영화사 미러맥스의 사장은 그에게 “단연코 일류 시나리오다. 당신이 주연도 맡으라”고 통고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스가 비뚤어진 천재의 마음을 여는 심리학 교수역을, ‘2다이4’의 구스 반 산트가 감독을 맡기로 흔쾌히 응한 것도 시나리오의 탁월함 덕분이었다. 1월의 골든글로브 각본상이 그 진가를 보증했다.

데이먼은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연기자상을 받았고 이제 브래드 피트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탈락해버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섰다. 하버드대가 증명하는 ‘머리’에, 하루 15시간씩 투자하는 노력이 그의 성공비결이다.

산트감독은 말했다. “고통이 서려있는 눈과 고뇌에 찬 표정. 데이먼만큼 헌팅역에 딱 맞는 배우는 어디에도 없었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