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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무너지나?…「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화

입력 | 1998-03-16 19:38:00


IMF체제가 1백일을 넘기면서 사회가 ‘양극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초기의 검약 절제 다짐을 잊어버린 듯 과소비에 빠져들고 있다. ‘없는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생계형 강도 절도에 나서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부(富)의 양극화가 심리적 양극화로까지 이어지면 참으로 심각한 통합성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사회적 통합성을 다지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전국의 고급룸살롱 1만1천2백여개중 22%인 2천4백64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진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고급에 속하는 5백여곳은 현재도 3∼5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이다. 해외여행객수는 다시 늘고 있고 3백명 하객의 식비만 1천만원가량인 강남의 일부 특급호텔예식장 3월예약률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 서용원(徐用源)교수는 “사우나에 처음 들어가면 숨이 막히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그 온도에 적응하듯 사회가 IMF초기의 긴장을 잊고 있다. 특히 일부 부유층은 IMF가 자신들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인식, 현 위기상황에 무관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이하의 처지는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대검에 따르면 IMF직후인 지난해 12월 한달만에 살인 42%, 강도 24%, 절도 14.5%가 늘었다. 어린아이에게 먹일 분유가 없어 이를 훔치다 붙잡힌 가장과 좌절끝에 자살하는 실직자, 시장에서 먹을 것을 훔치다 붙잡히는 주부들이 속출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같은 양극화현상이 계속될 경우 사회불만이 높아져 법과 도덕 등 기존질서를 거역하는 파괴적 집단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박길성(朴吉聲)교수는 “IMF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특징은 양극화 현상”이라며 “90년대 초반 거품경제시대에는 노동자들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겼으나 최근 경제위기로 실직자가 급격히 늘면서 두텁게 형성됐던 중산층 의식도 해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부유층이 모범적인 소비절제로 사회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고 고통을 겪는 ‘없는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실직자 복직, 재취업프로그램 등으로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