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안은미(35). 남자도 하기 힘든 빡빡머리에 치렁치렁 끌리는 빨강치마와 빨강운동화, 주렁주렁 내건 싸구려목걸이와 귀고리….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머리를 홀라당 깎은 것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고 빨강은 정열적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널리 알려야 하므로 시선이 집중될수록 즐겁다는 게 그의 철학.
춤스타일도 외모 못지않다. 미국 무용계에서 그는 ‘크레이지 걸’로 통한다. 크레이지는 창의적이라는 크리에이티브를 짓궂게 표현한 말. 어느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독창적인 춤동작, 파격적인 실험음악, 우스꽝스러운 의상 덕분이다.
92년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다.
우주의 생명력을 표현한 달시리즈, 삶과 죽음을 다룬 무덤시리즈, 웃음이 있는 카페시리즈는 현대무용의 본고장 뉴욕은 물론 영국 홍콩 독일 등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았다.
그가 9년만에 개인발표회를 갖는다. 왕자무덤 선녀무덤 꽃무덤 검은무덤 공주무덤 빈무덤….
96년 ‘우리 시대의 춤꾼’무대에 초청받았을 때 발표한 ‘하얀 무덤’의 속편인 셈이다. 왜 하필 무덤일까. 그러나 그의 춤에는 웃음과 유쾌함이 넘친다.
관객들의 ‘즉물적 본성’을 자극하기 위해 토마토무덤에서는 수십개의 토마토를 던지고 주무르고 으깨는 소동을 벌이며 꽃무덤에선 김대환이 라이브로 타악기를 연주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드러낸 상반신에 꽃을 그려넣은 채 무대에 설 예정이다.
“내 춤은 즉흥을 주제로 한 희로애락의 변주곡이에요. 힘든 세상살이에 내 춤이 위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재미(在美)무용가보다는 ‘재미있는 무용가’로 불리고 싶다는 그는 삶에 지친 사람을 춤으로 다독거려주는 현대판 무당일는지도 모른다.
김순정동덕여대교수, 한국무용가 정혜진이 무용수로 출연하고 장사익 어어부밴드의 음악이 곁들여진다. 19∼22일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5시. 02―272―2153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