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와 구여권이 지난해 15대 대선을 앞두고 북한측과 접촉,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한 ‘북풍’을 모의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새 정부의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예상된다.
물론 현단계에선 아직 북풍의 전모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입게될지 속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단절돼 있던 김영삼(金泳三)정권 시절 남북이 서로의 이해타산에 따라 비밀리에 모종의 뒷거래를 모색한 게 사실이라면 남북관계에 파란이 일 것은 분명하다.
새정부가 아무리 남북교류와 화해협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추진할만한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국민의 불신과 의혹 때문에 전향적인 대북정책의 추진이 상당기간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남북한이 양측 모두에 부담스러운 사안을 과연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막후에서 벌어진 일인만큼 막후에서 해결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지만 공개적으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파문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남북 모두가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북풍 모의파문을 해결하기 위한 ‘접촉’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촉진케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