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과 첫 실기수업은 동아마라톤 5㎞ 완주.”
상명대 사진학과 새내기 43명은 지난주 양종훈교수(38)의 첫 실기수업 내용을 듣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체육학과도 아닌데 갑자기 웬 마라톤 참가?’
학생들은 그러나 양교수가 참가이유를 설명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찍으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산이나 계곡 등 험한 지형도 마다않고 찾아다녀야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사진영상의 해’를 맞아 올해로 69년이나 되는 국내최고 권위의 동아마라톤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학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여러분에겐 뜻깊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실기수업 과제는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함께 뛰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필름에 담는 것. 최근 ‘촬영 기술’ 보다는 ‘인식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진학계의 흐름에 비추어 보더라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마라토너들의 얼굴표정은 좋은 학습재료라는 설명이다. 사진의 기술보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상명대 사진학과는 올부터 국내 최초로 신입생 선발때 실기시험을 생략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표정으로 시간을 표현하고 싶어요. 첫 출발서부터 골인지점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다양한 표정을 인화해 보면 인생의 축소판이 될 것 같아요.”
틈만 나면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는 새내기 추경미씨(19)는 이번 작업에서 뭔가 의미깊은 작품을 건질 것 같아 가슴 설렌다. 여자이지만 5㎞ 정도는 충분히 완주할 자신이 있다. 광고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이 꿈인 ‘늙은 새내기’한상구씨(25)도 “인간의 인내하는 모습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첫 실기수업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배극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