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관심없는 정치인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언론보도에 대한 관심과 반응은 유별났다.
조간신문 가판(街版)이 나오는 오후8시경이면 청와대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수석비서관들은 자신의 호출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간신문 가판에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알아볼 필요가 있는 기사가 나오면 즉시 수석비서관들을 호출했기 때문이었다.
김전대통령은 아주 못마땅한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에 직접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전대통령이 특히 TV뉴스에 어느 정도 신경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김대통령은 가끔 수석비서관들과 청와대 밖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대개 오후6시반쯤 시작된 식사는 오후8시 SBS 뉴스가 시작되면 일단 중단된다. 김대통령이 반드시 뉴스를 챙기기 때문이다.
뉴스가 끝난 뒤 일상적인 화제로 돌아가지만 곧 이어 KBS와 MBC 오후9시 뉴스가 시작되면 또다시 대화는 끊긴다. 김대통령은 양방송의 채널을 바꿔가면서 뉴스를 시청한다. 때로는 본인이 직접 채널을 돌리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들이 올리는 언론관련 분석 보고서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문민정부 초기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은 종종 김전대통령에게 “언론보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특히 가십에 신경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