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리에 안기부의 북풍관련 극비문건을 열람했던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이 문건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안기부가 공개한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문건은 A4 용지로 1백70페이지에 이르며 세 부분으로 구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정보보고의 분량은 대부분 1페이지짜리였으나 어떤 것은 4,5페이지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는 것. 대북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금품수수비리첩보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 문건에 담긴 내용은 대개 안기부 정보원이 해외로 파견되기 직전 ‘사전설명 형식으로 들은 현지사정과 보고할 사항’에 대한 ‘확인보고’ 또는 ‘현지활동결과’를 보고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문건은 일련번호도 없고 안기부 정보원들이 보고한 내용을 빠짐없이 수록한 것이 아니라 안기부 이대성(李大成)전해외조사실장이 필요에 의해 편집해 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보위 위원들은 전했다.
또 실명으로 등장하는 정치인의 이름은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더 많아 이전실장이 이 문건을 유출한 목적이 새 정부와 국민회의측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건에 등장한 국민회의 의원은 P,J,C,또다른 C의원 등이었고 북풍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의원은 “이 문건에 우리 당 소속 의원 5,6명의 이름이 거론된 반면 한나라당은 정재문(鄭在文)의원만 집중적으로 나와 있었다”며 “사전에 뭔가 공모한 흔적이 많은 것 같다”고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의원은 “의외로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많이 거론돼 있었다”며 “이전실장이 자기 방어용으로 이 문건을 유출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의원은 이어 “문건에 담긴 내용들은 판단과 분석과정을 거치지 않은 1차 자료였으며 증권가 루머 수준의 조잡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도언(金道彦)의원도 “이종찬 안기부장이 ‘디브리핑(Debriefing·귀환조종사나 첩보원의 보고)’자료라고 설명한 것처럼 문건내용의 신빙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의원은 “한마디로 쓰레기에 불과한 내용들이었다”고 혹평했으며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의원은 “문건내용중 어떤 것은 정황상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예를 들어 ‘국민회의’를 ‘국민당’으로 잘못 표기한 부분도 있었다”며 “이런 수준의 내용이 공개돼 온나라가 혼란에 빠진데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