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외환위기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막지 못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정부가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이나 부처 이기주의 등을 다스리지 못하면 무능한 정부로 전락하게 되고 무능한 정부는 국민을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실패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공무원의 복무자세를 혁신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공직자들이 업무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행정을 하게 할 수 있는가.
첫째로 공직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실시해온 공직자 순환 보직 제도는 공직자들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쌓을 기회를 박탈하고 공직자들로 하여금 인사권자의 눈치나 살피고 공부는 멀리하는 적당주의에 물들게 했다.
공직자들을 업무 분야별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으며 근무 지역별로도 특화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의 전문성을 보충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우수한 전문가를 발탁해 계약제 공직자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공직자가 맡은 업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행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행정 결정에는 반드시 실무 책임자와 결정권자를 확정하여 공표하는 행정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기안 양식도 책임자란과 공람자란을 분명히 구분하여 결재토록 하고 행정 결정에 관련된 찬반 의견은 모두 기록해 보존토록 함으로써 후일의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공직자에 대한 국민 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 대민 업무를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에게는 당해 공무원과 접촉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에게 봉사하는 모범 공직자로 판정받는 사람은 인사상 우대를 하고 공복의식이 없는 부적격 공직자로 판정받는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도록 하는 국민 평가 인사 제도를 도입한다면 행정 서비스의 질은 단시일 내에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나 부처이기주의도 사라질 것이다.
홍범기(신아관세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