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가에 옹기옹기 무리진 개나리의 꽃망울이 얼어붙은 듯, 터질 듯 말 듯. 꽃샘이 개화(開花)할 찰나를 붙들어서 그런가. 그러나 오후를 고비로 눅지기 시작한다. 시베리아고기압이 한발짝 물러난다는 예보. 봄꽃들은 봉오리를 터뜨리려 다시 힘을 모을듯.
웬일일까, 올 봄 슬픈 이미지의 꽃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호젓한 산기슭에서 흰털을 뒤집어쓴 채 고개 숙여 피는 할미꽃은 꽃말 ‘슬픔’ 또는 ‘추억’과 참 어울리는 꽃. 제비꽃도 처량함을 전한다. 가수 조동진의 같은 제목 노래만큼이나, ‘나를 생각해 주세요’란 꽃말만큼이나. 철쭉 앵초 민들레 미치광이풀 홀아비꽃 등도 이래저래 슬픔이 느껴지는 꽃.
아침 영하6도∼영상3도, 낮 4∼9도. 슬픔을 이기고 고개를 내밀려는 봄꽃들이 머리에 인 하늘은 맑기만 하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