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느끼지 못하나. 대기속에 퍼지는 향기를, 꾀꼬리의 첫 노래소리를….”(토스티 ‘사월’)
3월 마지막 주말의 콘서트가 퍼져오르는 봄의 선율로 가득찬다.
28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테너 최승원 초청독창회(동아일보사 주최). 첫곡인 레이날도 안의 ‘봄’부터 끝곡인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중 ‘봄이여 왜 나를 깨우는가’까지 20여곡이 신록 내음 가득 무대를 수놓는다. 피아노에 계명선.
최승원.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못쓰는 슬픔을 극복하고 9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의지의 성악가다. 96년 ‘그대를 사랑해’, 지난해 ‘노스탤지어’ 등 두장의 음반을 내놓으면서 그의 서정적인 음성은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중의 것이 됐다.
“네살 때 갑자기 열꽃이 피었어요. 정신을 차린 뒤는 온몸을 까딱일 수도 없었죠.”
차츰 회복돼 상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지만, 남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상실감은 그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잠겨들게 했다. 어느 순간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성악을 만나기 전까지.
“음악을 하기 전에는 남앞에 나서길 꺼리는 내성적인 소년이었죠. 눈빛마저 사나워져 남들이 눈을 마주치면 화들짝 놀랄 정도였어요.”
그러나 원망과 한을 선율에 실어낼 줄 알게되면서 그의 눈빛은 차츰 환해졌다.
한양대와 미국 맨해튼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며 그는 ‘열렬한 뜨거움과 깊은 표현을 갖춘 테너’라는 평을 듣게 됐다. 90년 패서디나 콩쿠르, 빈 폴크스오퍼 오디션에서 우승하고는 이때껏 꿈꿔보지 못한 큰 길이 열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메트로폴리탄 콩쿠르 우승 뒤에는 미국 레이건 전대통령 생일파티에 초대돼 다섯곡을 노래하기도 했다.
“낭만파 가곡과 오페라가 가장 자신있어요. 그 ‘노골적’인 감정표현이 마음에 들어요. 마음의 아픔을 노래로 삭이던 습관이 남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슬픈 노래를 부를 때 유독 청중의 반응이 뜨겁다.
특이한 것은 그의 노래에서 ‘가장 고유하게 정형화된 한국적 감성’이 느껴진다는 점. 해방이후 한국 테너들이 보여온 일련의 서정적 표현이 그의 노래에 집약돼 있다. 그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은 바로 한국적 감수성을 인정받는다는 뜻 아닐까.
“이젠 삶에 만족해요. 손도 못 움직이다가 이만큼 회복된 것도 행복하고, 마음속의 노래를 마음껏 전할 수 있어 더 좋죠. 바로 그 행복감 때문에 계속 더 큰 무대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파리와 벨기에 데뷔 콘서트를 가진 뒤 “어디 숨었다가 이제 나타났느냐”라는 탄복어린 절찬을 받았다. 올해는 스웨덴 캐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세계 최고명성의 음악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도 출연 교섭중이다. 02―581―0042(음악친구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