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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바이 준」/황폐한 「청춘 송별가」

입력 | 1998-03-23 09:03:00


영화‘바이 준(Bye June)’을 압축하는 두개의 컷. 하나, 칠흑같이 캄캄한 방안에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청년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우린 모든 게 다 어설펐어.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이.” 둘, 카리스마적인 친구 ‘준’이 불에 타 죽고 고교 졸업식을 맞은 아침, 그를 우상으로 알던 채영과 도기는 학교 뒷동산 나무에 죽은이의 이름을 새기고 준의 음반들에 기름불을 활활 내지른다.

‘바이 준’은 청춘이 부나방처럼 불길로 날아드는 캄캄한 방황의 세월을 담은 영화. 좁게는 죽은 친구 준에게 보내는 고별사이며 넓게는 열병 앓는 사춘기(思春期)의 끝―‘6월(June)’에 보내는 송별가다.

올해 서른인 신진감독 최호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 속에 만만찮은 상징성과 테크닉을 담고 있다.

10대 막바지 나이의 준(하랑 분)과 그의 애인 채영(김하늘), 추종자 도기(유지태)는 고3.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준이 화재사고로 죽자 인생이 ‘X나 꼬여버리는’ 쓴맛을 본다. 도기는 채영을 대신 사랑하게 되지만 준의 망령에 시달린다. 준의 타버린 시신을 염해주면서 너무도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다.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공감한다”는 감독은 갈 데까지 가버린 상실감의 극단을 보여준다. 섹스 마리화나 낙태 취중의 객기 등 파격적 화면이 격렬하게 엉클어져 시사회장에서는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출렁였다.

감독이 이처럼 황폐한 청춘을 다루기 위해 채용한 촬영방식은 ‘무원칙의 원칙’이다.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은 다큐식 촬영, 필름 입자를 굵게 만든 거친 화면, 길게 늘여 왜곡해버린 풍경들이 만화적이고도 뮤직비디오 같은 편집 속에 어우러져 있다.

이같은 편집이 청춘 속의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은 이 영화의 최대강점이라 할 현란한 음악에 힘입은 것. ‘라디오 헤드’의 ‘나이스 드림’, ‘댄’의 ‘아이앰 댄’, ‘프로디지’의 ‘디젤 파워’ 등이 이야기의 굽이마다 힘찬 리듬감을 준다.

감독은 이번 영화의 파격을 위해 패션모델 하랑 김하늘 유지태 등 주연들을 전원 신인으로만 기용했다. 이들 새 얼굴은 외설스럽고 저속한 대화들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오늘의 10대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막가는’ 현실의 10대들이 경박한 방종에 자기 삶을 내맡기고 있듯, 영화 속의 이들 또한 경솔한 불장난에 휩싸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8일 개봉.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