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10월 범민족통일음악회 취재차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의 가요 공연을 지켜보면서 이색적으로 느꼈던 점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에서도 무대 한쪽에 사회자가 오뚝 선 채 여자면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남자면 씩씩한 음성으로 출연자를 소개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다음은 여성 독창 동무의 노래가 있겠습니다”식이다. 가사도 이념성이 강해 이질적이지만 멜로디에 민요풍이 가미돼 있는 점도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매년 4월 열리는 북한의 이른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소식을 들어 보면 이때만은 공연 양상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느낌이다. 각국의 연예인들을 초청, 그들의 의사대로 화려한 공연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다. 김일성(金日成)의 생일(15일)을 전후해 열리는 ‘4월 축전’이 그같은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86회 생일을 축하하는 올 ‘4월 축전’도 예외는 아닌 듯 일본에서 활동중인 가수 김연자(金蓮子)씨가 초청받아 방북을 준비 중이다.
▼‘영동 블루스’로 유명한 김씨는 엔카(演歌) ‘눈물의 사슬’이 95년말 일본에서 크게 히트,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년에는 쿠바에서 공연을 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자신의 히트곡도 부르겠지만 ‘잃어 버린 30년’ ‘불효자는 웁니다’ 등 흘러간 옛 노래를 통해 북한동포와 한 마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와 같은 프로그램의 공연을 가질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씨의 공연이 성사된다면 분단 후 북한에서 갖는 남한 가수의 첫 리사이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때도 아닌 ‘4월 축전’에의 초대라고 한다. 북한이 김씨를 초대할 때는 단순히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다.
임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