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기업 계열사들 사이의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주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벌그룹이 계열사를 매각할 때 장애물이었던 상호지보가 크게 해소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조흥은행은 23일 주거래 대기업의 하나인 거평그룹 계열사간 상호보증금액의 90%에 해당하는 3천5백20억원을 해소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평그룹에 대한 채무 중 담보가 있는 부분(유효담보가액)에 대해서는 상호지보를 해소하고 무담보 부분만 남겨둔 것.
조흥은행은 또 해태 쌍용 아남 금호 등 다른 주거래 30대 재벌그룹에 대해서도 이달안에 상호채무보증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재벌 계열사에 새로 돈을 빌려줄 때도 담보 또는 계열사간 보증 대신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용여신취급 기준에 따라 신용대출을 확대할 계획.
상업은행은 현재 롯데 두산 동아건설 등 주거래 대기업 상호지보 규모와 유효담보규모 등을 파악중이며 실사작업이 끝나는 대로 거래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상호지보를 대폭 해소해 줄 방침이다.
한일은행도 이날 주거래 대기업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건전성에 따라 이달안에 기존 상호지보에 의한 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등의 상호지보해소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H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매각 계획인 계열사를 사겠다고 타진한 외국인들이 많았지만 상호지보 규모를 보고는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호지보가 대폭 해소되면 계열사 매각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은행에 대해 대기업그룹 계열사간 중복 과잉 상호지보를 해소하지 않으면 불공정 여부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