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이 들썩들썩, 마룻장이 쿵덕쿵덕하더니 도깨비들이 떼거리로 여기저기서 막 나오더래. 어떤 놈은 구들장 밑에서 아궁이로 엉금엉금 기어나오고, 어떤 놈은 마루밑에서 봉당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수수께끼 하나.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데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바로 도깨비다. 방앗공이 빗자루 어여쁜 처녀…. 우리 주변에 도깨비는 무슨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모른다.
우리 조상들의 도깨비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은 ‘신통방통 도깨비’. 옛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서정오씨가 판소리처럼 흥미진진한 가락으로 구수하고 감칠맛나게 풀었다.
아주 어여쁜 파랑새가 지지골지지골 울면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포르르 날아가 앉더래. 그 모습이 하도 어여쁘고 그 소리가 하도 고와서 저도 모르게 파랑새를 따라갔지. 이렇게 자꾸 파랑새를 따라 산속을 헤매다 보니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잃었지 뭐야.
도깨비를 만나는 과정은 이렇듯 무엇에 홀려 빠져드는 신비한 경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래의 도깨비는 덩치만 좀 클 뿐 뿔도 없고 외눈박이도 아니다. 그건 모두 일본사람들이 생각해낸 것. ‘금나와라 뚝딱’을 외치는 방망이도 빨래방망이처럼 뭉툭할 뿐 사람을 위협하는 가시는 없다.
오히려 불효자를 혼내주기도 하고 은혜를 갚기도 하며 씨름과 메밀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도깨비.
심술을 부리고 장난하기 좋아하는 도깨비 퇴치법 두가지.
밭에 자갈을 가득 던져 놓아 농사를 망치는 도깨비에게는 “다행이네. 개똥을 갖다놨으면 농사를 망쳤을텐데”라고 말해준다. 나를 미워하는 도깨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돈”이라고 말하면 집안에 엽전을 가득 던져놓고 도망간다.
지은이는 도깨비에 대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계속 자극한다. “결국 형은 도깨비들한테 실컷 두들겨 맞고 그 집에서 쫓겨났대. 그다음엔 어떻게 됐느냐고? 나도 잘 몰라. 알면 나한테 좀 가르쳐 줘…”. 도서출판 보리. 6,500원.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