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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나라마다 하나씩 30나라 옛 이야기」

입력 | 1998-03-24 07:56:00


“엄마, 저 형아는 왜 얼굴이 까매?”

여섯살 기훈이의 느닷없는 질문.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친 흑인소년이 신기한가 보다.

“세상에는 우리 기훈이가 살고 있는 우리 나라 말고도…”. 세상엔 수없이 많은 나라, 여러 인종이 있다고 설명하던 주부 김영희씨(33·서울 마포구 서교동). 귀를 쫑긋하고 듣는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다른 나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궁한 호기심을 읽는다.

그래, 고작 집과 유치원, 동네공원이 생활 무대의 전부인 너희들. 얼마나 궁금하고 신비할까. 바다 건너 먼 곳에 살고 있다는 형아 누나 오빠 언니들은 어떤 옛날 얘기를 들으며,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는지…. 들려주고 싶구나. 그렇게 서점을 두리번거리다 눈에 띈 책.

‘나라마다 하나씩 30나라 옛 이야기’(웅진출판·9천원). 5개 대륙 30개 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 30편이 펼쳐진다. 예쁜 그림과 함께.

마침 ‘사람들은 왜 피부색이 다를까?’라는 제목이 보인다. 인디언 어린이들이 듣는 옛날 이야기.

“옛날에 툰카실라라는 신이 살고 있었대. 땅과 새 곤충 동물 나무를 만들었어. 그리고는 흙으로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 화로에 넣고 구웠지. 어, 그런데 너무 일찍 꺼냈어. 할 수 없군. 하야니까 백인이라고 부르자. 어, 이번엔 너무 늦게 꺼냈네. 새까마니까 흑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정성을 기울였어. 노릇노릇 알맞게 구워진 정성스러운 작품. 그게 바로 우리 황인종이래.” 성서의 천지창조와 비슷한 내용. 낮에 본 흑인 소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는지 기훈이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엔 저기 아프리카로 가볼까. 가나? 사실 엄마도 잘 모르지만 아주 더운 곳에 있는 나라야. “가나에 사는 거미 아난시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대머리래. 왜 그렇게 됐을까?”

이어 베트남. ‘호랑이의 줄무늬는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 엄마도 궁금한데….

그렇게 모자가 함께 떠난 그림책 세계여행.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포르투갈 나이지리아 이집트…. 대부분이 처음 들었을 생소한 나라 이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 그 맑은 마음의 눈 앞에 미지의 세계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마다 곁들여지는 그 나라의 의복 민속문화 생활상을 표현하는 그림들. 유럽 등 일부 나라에 편중돼 있던 기존의 세계 명작이나 전래동화들에 비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세계전래동화와 각종 자료에서 모아 엮었다. 원전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살렸지만 생소한 동물이름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것들로 일부 바꿨다. 주제는 주로 우애 겸손 지혜.

“기훈아 오늘은 그만 자고 내일은 호주로 떠나볼까. 캥거루 알잖아, 저번에 TV에서 봤지?” 엄마품에 캥거루처럼 안겨 잠든 아이의 꿈은 어느새 바다를 건넌다.

〈이기홍기자〉

▼ 전문가의견

세상에는 일년 내내 햇살이 따가운 나라가 있는가 하면, 쨍하게 맑은 날이 다섯 손가락을 겨우 채우는 나라도 있다. 가는 곳마다 절과 탑이 많은 대륙이 있는가 하면, 뾰족한 십자가 첨탑이 많은 땅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 어디서나 힘없는 생쥐들은 영리하고 맹수들은 힘만 믿고 심술을 부리다가 골탕을 먹는다. 그리고 세상 어디서나 거짓말쟁이들은 나중에 벌을 받고 착하고 친절한 이들은 복을 받는다.

다섯대륙 서른나라의 옛이야기 서른자루엔 이렇게 낯익고도 신기한 세계가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풍부하게 담겨있다. 유아들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저학년 어린이들은 이야기속에 비치는 각국의문화 풍습에 흥미를 느낄것이다. 세계지도를 곁들여 읽으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세계여행이 될 것이다.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