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지영란씨(47·서울 잠실동)는 문학소녀의 꿈을 접어둔 채 하루하루 살림살이에 바빠 종종거리는 ‘보통’ 주부. 매주 집에서 가까운 고덕동의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들러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학작품이나 실용서적을 낭독해 녹음한다.
“봉사라기보다는 제 만족을 위해서입니다. 저의 작은 능력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니까요.”
지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90년초. 20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뒤 3년쯤 지났을 때였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압구정동의 한 주부가 ‘나만 불행하다’고 자살한 신문기사를 보고 ‘삶의 보람이나 가치는 재산의 유무가 아니라 작은 능력이라도 발휘해 보람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다.
결혼전 시낭송을 좋아하고 극단단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녹음봉사’를 시작한 그는 91년에는 ㈜재능교육이 주관하는 전국시낭송대회에 입상해 시낭송가가 된다. 최근에는 지씨와 같은 주부 1백40여명이 결성한 시낭송조직 ‘재능 시낭송협회’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협회 회원들은 시낭송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각 도서관의 문화교실과 초등학교 특별활동시간에 봉사하는 것은 물론 고아원 등에서 시극 동화구연 등의 행사를 마련하고 있어요.”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