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가 이자를 못받게 된 대출금(무수익여신)은 국제통화기금(IMF)식으로 따지면 현재 은행감독원 방식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부실여신 통계는 ‘부실이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왔으나 IMF체제 이후 국제기준에 맞춰 부실의 범위를 확대하다보니 가려졌던 부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8개 시중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신한 국민은행)의 IMF식 무수익여신은 35조7천7백억원으로 은행 총여신(2백52조5천8백억원)의 14.2%에 이른다.
이는 2월에 은감원이 발표한 ‘은감원 방식’ 무수익여신 15조3천8백억원보다 20조3천9백억원, 132% 많은 것이다.
은감원은 작년 6월말까지는 △추정손실(회수가 불가능해 떼인 돈) △회수의문(사실상 떼인돈)만을 ‘부실여신’으로 분류해 발표해왔다. 그러다가 국제금융계에서 ‘한국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비난여론이 거센데다 IMF에서 강력히 요구하자 작년말 결산부터 고정(固定·부도 또는 법정관리, 6개월 이상 연체대출 등)까지를 부실여신에 포함시켜 ‘무수익여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IMF는 한걸음 더 나아가 3개월 이상 연체대출 등도 고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방식대로 통계를 내보니 무수익여신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
국내 시중은행은 이에 따라 종전엔 정상여신으로 취급하던 요주의여신(신용상태 및 경영상황으로 보아 사후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여신)도 중점 관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3∼6개월 연체대출금 △공인회계사 감사의견 거절업체 여신 △최근 6개월 이내 1차부도가 발생한 업체 여신 등이 포함된다.
8대 시중은행의 요주의여신은 △상업 3조4천5백억원 △제일 2조원 △한일 3조4천억원 △서울 2조8천억원 △외환 3조8천3백억원 △신한 2조1천억원 등으로 6개 은행이 각각 2조원 이상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기업부도와 고실업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요주의여신은 회수불가능한 여신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며 “잠재적인 부실여신임에는 틀림없다”고 털어놨다.
이를 모두 고정여신으로 분류할 경우 총여신대비 무수익여신 비율은 국민은행(6.5%)을 제외한 7개 은행이 11.7∼22.3%에 달했다.
은감원은 요주의여신 가운데 어떤 것을 고정여신으로 분류할지 고심하고 있지만 IMF와의 합의에 따라 8월15일까지는 ‘금융기관 건전경영 규제기준’개선안을 확정해야할 처지.
이와 관련, 조흥은행의 위성복(魏聖復)전무는 “성업공사가 은행의 요주의여신도 부실채권 정리대상에 포함시켜 은행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들은 무수익여신이 발생할 경우 △고정여신은 20% △회수의문은 75% △추정손실은 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익에 반영하고 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