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감독(44)은 오스카상 트로피를 움켜쥔 뒤 “나는 이 세상의 왕이다!”하고 외쳤다. 영화탄생 1백년, 이제 할리우드의 영화 역사는 카메론에 의해 다시 쓰여질지도 모른다.
‘타이타닉’과 카메론을 분리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 카메론은 10년전 ‘어비스’를 연출하면서 이미 깊은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5년간이나 타이타닉호에 대한 온갖 자료를 모아왔으며 95년엔 대서양에 가라앉아 있는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보러 12차례나 바닷속에 들어갔을 만큼 이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타이타닉호의 스펙터클과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으나 차츰 그안의 사람과 정서,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동받게 됐다”며 “타이타닉에 이처럼 몰입한 것은 이 일에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타이타닉’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훌륭한 테크니션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81년 데뷔작 ‘식인어 피라나2’부터 ‘터미네이터1,2’ ‘에일리언2’ ‘어비스’까지 카메론은 특수효과맨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전력을 십분 살려 B급영화의 재미를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볼거리와 탄탄한 구성으로 살려내왔다.
그러나 ‘타이타닉’은 이와 차원이 다르다. 카메론은 첨단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스펙터클과 거대 자본, 그리고 그의 영상미학을 응축시켜 20세기말 최고의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특히 그는 ‘타이타닉’의 완성도를 위해 연출료 일부를 반납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해 주목을 끌었다. 할리우드의 명예와 부를 한손에 움켜쥔 최고의 영화작가로 우뚝 선 것이다.
덕분에 2억8천만달러라는 영화 1백년 사상 최다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38일만에 제작비를 모두 걷어들였고 개봉 14주동안 내내 흥행1위, 급기야 영화사상 처음 10억달러의 흥행수입을 돌파하는 개가를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는 2월20일 개봉돼 서울에서만 8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메론은 열네살때 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매료돼 영화판에 몸을 던질 각오를 했다고 알려진다. 그의 끊임없는 창조력과 타고난 리더기질은 다섯아이들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예술가출신 어머니의 가정교육 덕분이 컸다. 어려서부터 동네 조무래기들을 모아놓고 자기 아이디어대로 뭔가를 뚜덕뚜덕 만들어내기를 좋아했다는 얘기.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미래에 대한 공포와 강인한 모성을 지닌 여전사의 등장으로 모아진다. ‘타이타닉’의 침몰과 강한 여성 로즈(케이트 윈슬렛)도 이의 구현이나 다름없다.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