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공무원 임용 취소 통보를 받은 공무원과 그 가족 50여명이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임용 결격 사유자 소급 임용 취소 방침’에 따라 해고 통보된 2천2백여 공무원 중 일부.
경기 여주 이포고교 교사 서수길(徐秀吉·59)씨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30년 전 ‘사건’때문에 지난달 2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교사로 임용되기 2년 전인 68년10월 동생이 구입한 라디오 할부금 마지막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찾아온 법원 집달관 보조원과 몸싸움 끝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사유.
국가공무원법에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선고유예 기간에 있는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 봄 교감으로 승진할 예정이었다.
경북 진천 삼수초등학교 고용직 공무원 고태신(高太信·52)씨. 국가유공자인 그는 75년 남의 싸움을 말리다가 경찰관과 시비끝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뒤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용됐다는 이유로 얼마전 해고 통보를 받았다.
89년 전교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다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대림여중 교사 정정태(鄭正泰·37)씨.
이후 전교조에서 탈퇴, 교사로 일해온 그도 지난달말 “행정 착오로 인해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을 해직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용취소 통보를 받았다. 당시 징계를 받고 해직됐던 전교조 교사들은 94년 모두 복직했다.
한 공무원은 “세상 어디에도 수십년간 일해온 사람을 이렇게 내모는 일은 없다”며 눈물을 떨궜다.
〈이훈기자〉